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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 -안도현(1961~ )

~Wonderful World 2008. 8. 27. 17:08

‘간격’ -안도현(1961~ )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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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삶이란 무엇인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남을 아끼고 곤란에 아낌없이 도와주는 것. 세월이 오래 지나야만 사람을 알 수 있듯, 혼자 지내본 사람은 더불어 있음의 행복을 안다. 섬, 하지만, 갇혀 있다는 생각으로 홀가분히 떠나온 집마저 그리움이 되는 곳. 방, 조용함에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 자신이 되고자 하지만, 살을 물어뜯는 모기마저 반가운 곳. 이렇듯, 홀로는 함께 있음이 있을 때, 그 배경의 북적거림으로 빛난다. 그것은 나무와 나무가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한 숲을 이루는 것처럼, 서로 사이와 사이를 섬길 때 행복은 성자(聖者)처럼 온다. <박주택·시인>
2008.08.08 00:0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