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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 -정우영(1960~ )

~Wonderful World 2008. 8. 27. 17:09

‘연등’ -정우영(1960~ )

내 몸이 아프고서야

비로소 목숨 귀한 줄 알다.

흘리듯 지나친 숱한 생명들,

꽃, 풀, 새, 나무, 물고기……그리고 사랑까지

어느 것 하나 새삼 소중치 않은 것 없다.

내 숨구멍에서 하! 하는 탄식음 터지자

내 몸 저 깊은 곳까지 한 우주가 팽창한다.

병이 내게로 온 까닭은

이렇듯 내 마음자리에 맺히는 인연마다

연등 하나씩 골고루 걸어두라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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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다 아픈 것. 작은 병도 그렇지만 큰 병에 걸려 있을 때 그것은 다 아픈 것. 오죽하면 ‘내 몸이 아프고서야 비로소 목숨 귀한 줄 알아’, 생명 ‘어느 것 하나, 새삼 소중치 않은 것이 없다’고 하겠는가. 병은 몸을 아프게 하는 것으로, 영혼을 깨끗하게 하여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눈으로 보게 한다. 그러므로 병은 행복의 한 형식이자, 생명을 온전하게 바라보게 하는 약으로, 마음자리에 맺히는 인연마다에 연등을 걸어두라는 뜻. 마음을 열고 병이 흘러가게 하자. 병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기어코 죽음을 막는 생명들은 노래를 부르며 몸속에서 겨운 눈물을 흩뿌리리라. <박주택·시인>
2008.08.06 00:0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