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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가 없다’ - 유안진(1941~ )
~Wonderful World
2008. 8. 27. 17:12
‘주소가 없다’ - 유안진(1941~ )
주어에도 있지 않고
목적어에도 없다
행간에 떨어진 이삭 같은 낟알 같은, 떨군 채 흘린 줄도 모르는, 알면서도 주워담고 싶지 않은, 그런 홀대를 누리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틀에도 어떤 어휘에도 담기지 못하고, 어떤 문맥 어떤 꾸러미에도 꿰어지지 않는, 무존재로 존재하며
시간 안에 갇혀서도
시간 밖을 꿈꾸느라
바람이 현주소다
허공이 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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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완성된 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완성이란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영혼을 위해 사는 것이다.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 보자. 그곳에는 뜨거움, 빛, 사랑, 증오, 고통, 후회 등이 끊임없이 유전(流轉)한다. 하여,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 붙잡고 있는 것을 버린다는 것. 그것은 무명(無明)을 깨는 생의 지혜. 시간 안에 갇혀서도, 시간 밖을 꿈꾸는, 주소 없는 무애(無碍)의 영혼. 바람이 현주소요, 허공이 본적(本籍)인 영혼. <박주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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