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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흥의 한때 4’-김안(1977~ )

~Wonderful World 2008. 8. 31. 04:27

‘악흥의 한때 4’-김안(1977~ )


입을 꿰매고

당신이 창 앞에 기대어 서면

당신의 유선(乳腺)을 따라

유리창 부풀어 오르고

얼어 죽은 고양이 등 위로

둥글게 쌓이는 눈을

걷어차며 뛰노는

인형들은 머리가 없고

당신은 젖꼭지가 없고

입이 없는 머리들이 꺄르르 웃고

퍽퍽,

온통 새하얗게 눈덩이 흩어지고



흥이란 즐거움으로 일어나는 신바람으로, 감정과 육체를 통해 율동하는 마음의 파동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의 세계에 닿으려는 상승 의지를 상징하는 춤과 신명의 극점(極點)을 가슴으로부터 끌어올리는 노래로 발현되는 흥은, 변화와 조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한데, 악흥(惡興)이라니! 슬픔에 겨워도 그것을 신명으로 끌어 올리는 저음(低音)의 웃음은 있어도 입이 꿰매지고, 깨질 듯 유리창이 부풀어 오르고, 얼어죽은 고양이가 있고, 입이 없는 머리들이, 까르르 웃는 풍경은 도대체 섬뜩하고도 낯설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영혼의 어두운 기억 저편에 도사리고 있는, 우울한 생의 그림자! <박주택·시인> 2008.08.29 00:34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