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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나무’ - 이승훈(1942∼ )
~Wonderful World
2008. 11. 20. 02:47
‘두 개의 나무’ - 이승훈(1942∼ )
두 개의 나무 사이에 내가 걸려 있도다 한 개의 나무는 두통 한 개의 나무는 불안
두 개의 나무 사이에 내가 걸려 있도다 햇살만 내리도다 두통은 비 내리는 가을 내 방에 켜진 커다란 촛대요 커다란 우산이요 커다란 콩이요 커다란 단추이니 내가 커다란 단추 속에 빠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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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쁜 나무는 십자가 나무라고 한 것은 니체. 예수가 십자가 나무에서 6시간 견디다가 운명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십자가가 상징하는 구원을 거부하는 것이다. 구원에 대한 희망이 ‘현재’를 호도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나무 사이에 내가 걸려 있도다”고 한 것은 십자가형에 처해 있다고 한 것이다. 두 개의 나무는 각각 “두통”과 “불안”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두통과 ‘두통에 대한 불안’에 처해 있다고 한 것이다. “커다란 촛대” “커다란 우산” “커다란 콩” “커다란 단추”는 별 의미 없는 환유의 연쇄. ‘커다란 단추’의 ‘단추’를 잠근 단추로 본다면 소통 ?
柰〈?대한 알레고리. 누가 이해하겠는가. ‘불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자들이 불안을 이해하지 못한다. 두통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지 못한다. <박찬일·시인>
2008.11.20 00:4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