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파도리에서’ - 박형준(1966~ )
~Wonderful World
2009. 1. 18. 13:23
‘파도리에서’ - 박형준(1966~ )
여자는 내 숨냄새가 좋다고 하였다.
쇄골에 입술을 대고
잠이 든 여자는
죽지를 등에 오므린 새 같았다.
끼루룩 우는 소리가 들렸다.
밤새 파도 속에서
물새알들이 떠밀려 왔다.
우리가 밤새 품은 물새 알들이 쩍, 한 우주를 깨고 있습니다. 이네들도 아나 봅니다. 오래전 우리가 파도 속에서 끼루룩 밤새 울었던 것을. 그 울음의 실밥들이 물새 알 둥근 껍질을 올 없이 기워냈음을. 우주 밖의 우주여. 저 작은 생명도 자라 또 어느 사내의 숨 냄새에 잠들겠지요. 몸속에 울음의 재봉틀을 품고 우리는 밤새 파도 소리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감하게 물새 알을 건지는 한 남녀의 아침이 있겠지요. 그들도 알게 될 것입니다. 울지 않고는 완성될 수 없는 세계―우주의 외벽이 울음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여기 파도리, 먼 수평선 뒤에서 파도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까지. <신용목·시인>
2009.01.06 01:0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