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젊음을 지나와서’ 부분 - 김형수(1959∼)

~Wonderful World 2009. 1. 27. 14:00

‘젊음을 지나와서’ 부분 - 김형수(1959∼)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추억은

사치처럼 화사한 슬픔 뒤에 숨고

아무 낙이 없을 때 사람들은 배운다

고독을 견디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보아라, 한 차례 영광이 지나간

폐허의 가슴에선 늦가을 햇살처럼

빠르게 반복되는 희망과 좌절이

다시 또 반복되는 기쁨과 슬픔이

얼마나 꿈 같은가 그럴 땐 마치

머나먼 바닷가 인적 없는 섬마을에

꽃 피고지는 아득함만큼이나

아무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누구나 나중에는 생각할 것이다

돌아보면 참 길게도 오만했다

내 젊음은 하필 그때였단 말인가, 고



추억의 야적장에서 끄집어 내면, 이 아픔도 영광의 순간이겠지요. 그러므로 하필 지금인 내 젊음 또한, 먼 섬마을에서 외롭게 태울 훗날의 장작일 것입니다. 그 불에 희망과 좌절, 기쁨과 슬픔이 오가겠지요. 그러나 당신의 바닷가 치는 파도의 갈피 갈피에서 우리는 역사를 읽습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요. 꽃 피고 지는 아득함만큼 아무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당신의 고독이! <신용목·시인>

2009.01.24 00:1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