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와 나의 이야기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 황지우(1952∼ )
~Wonderful World
2009. 2. 24. 08:49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 황지우(1952∼ )
해 속의 검은 장수하늘소여
눈먼 것은 성스러운 병이다
활어관 밑바닥에 엎드려 있는 넙치,
짐자전거 지나가는 바깥을 본다, 보일까
어찌하겠는가,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이미 늦었을 때
알지만 나갈 수 없는, 무궁의 바깥;
저무는 하루, 문 안에서 검은 소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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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집을 나서며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 감옥은 너무 넓어.” 하루 종일, 꼬리처럼 길어지는 길을 통과하느라 나는 넙치처럼 납작해졌다. 저녁마다 집으로 들며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 바깥은 너무 좁아.” 문 밖에서 짐을 실은 검은 소들이 경적을 울렸다. 언제부턴가 세상이 감옥 같아졌다. 바깥은 두 평의 방안이었다. 속도와 정보와 개발에 구속된 채, 안과 밖의 경계를 잃어버린 지도 오래. 모든 무궁이 나를 비켜가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눈먼 장수하늘소를 떠올린다. <신용목·시인> 2009.02.24 00:3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