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복효근(1962~ ), 오늘 아침 새소리’- 이성복(1952∼ )
‘안개꽃’-복효근(1962~ )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
춥다. 꽃 소식 올라오는 봄길, 거리로 내몰리는 마음들 시리다. 한 다발, 한가운데 묶이려 아등바등 밀치는 삶의 길목 팍팍하다. 장미 백합 잘난 주연, 꽃인 듯 아닌 듯 안개꽃 조연 함께 묶여 향기로 피어오르는 꽃다발. 이런 시, 그런 안개꽃에 빚진 마음 있어 세상 따뜻하리.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02 00:50 입력
오늘 아침 새소리’- 이성복(1952∼ )
병이란 그리워할 줄
모르는 것
사람들은 그리워서
병이 나는 줄 알지 그러나
병은 참말로 어떻게
그리워할지를 모르는 것
오늘 아침 새소리
미닫이 문틈에 끼인 실밥 같고,
그대를 생각하는 내 이마는
여자들 풀섶에서 오줌 누고 떠난 자리 같다
아픔이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병든 자들이 힘을 얻고 부자가 되고 행복하다고 믿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이 사실은 불감증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어느 문틈에 잘못 떨어진 상념 같은 새소리가, 오늘 아침 내 방에는 징역장의 창살이 되어 촘촘히 박혀옵니다. 여전히 달뜨는 봄밤, ‘철없이 찻길로 뛰어드는 인생’의 ‘괴로움’도 언젠가는 훌훌 벗어 ‘호랑가시나무’ 새로 돋은 가시에 걸어두고 싶습니다. 그러면 풀섶처럼 뜨끈한 내 이마에도 꽃송이 붉게 피고, 생각의 외진 마디에 ‘상여’ 하나 차릴 수 있겠지요. <신용목·시인>
2009.02.28 00:0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