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죽편-서성춘(1941)
~Wonderful World
2009. 3. 3. 09:36
‘죽편(竹篇).1-여행’-서정춘(1941∼ )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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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구부려 피곤한 몸 누인 기차 대합실. 칙칙폭폭 십 년인가 백 년인가 멀고 아득타, 함께 웃고 울며 살고 지는 고향 길은. 울먹이듯 쉰 목청으로 가난이야 가난이야 가난 타령 잘도 부르는 시인. 30년 만에 내놓은 시, 대나무 달랑 한 조각 페이지. 짧다. 짧게 텅 비운 감동 먼 시공(時空) 울린다. 정(情)과 한(恨)의 이 땅 오천 년 소리꾼 장사익도 화답한 시. 푸른 댓잎 같은, 누런 대통 같은 장사익 소리 따라 읽으면 우리네 한도 이리 맑은 서정인 것을. 꿈속에서라도 푸른 기차 타고 대꽃 피는 고향 가 어우러지소서.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03 00:3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