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리, 사랑하라’부분-김남조(1927~ )
‘사랑하리, 사랑하라’부분-김남조(1927~ )
벌겋게 살결 다친
상처 무릅쓰고
가슴 한복판을 달리게 하는
절대의 사랑 하나
오히려 덧없다 이르는가
아니야 아닐 것이야
천부의 사람 마음
그 더욱 사람 사랑
새벽 숲의 청아한 그 정기를
누구라 막을 것인가
사랑하리, 사랑하라
그대의 순정과
그대 사랑하는 이의 순정으로
그 더욱 사랑하리,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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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 명동 에두르며 남산 자락 이어진 조문. 우리 시대 부활한 순열한 감수성 행렬. 60여 년 참회와 기도로 순열한 사랑 정기 이 시대에 봉헌하고 있는 시인. 추기경님과 한결같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말씀.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11 00:33 입력
‘목성엔 강이 있었다’-허만하(1932∼ )
샤갈의 하늘에는 비가 내리지 않지만
갈릴레오의 시선이 머물렀던 목성에는
강물이 흘렀던 자국이 있다.
실체가 없는 흔적이
먼저 실체가 되는
영하의 무기질 세계
부패성 물질이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
아득함을 혼자서 흘렀을 물길
무섭다! 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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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 유치환의 그리움의 노스탤지어와 지조로 오늘 시의 순수와 위엄을 지키고 있는 시인. 어찌 시의 길만 무섭겠는가. 실체도 없는, 밥도 안 되는 무기질 같은 순수의 길을 각기 홀로 끝끝내 살아내야 하는 우리네 삶 또한 고독하고 무섭지 않겠는가.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12 00:30 입력
‘구룡폭포’-조운(1900~ )
사람이 몇 생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전화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 진주담과 만폭동 다 고만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 함께 흘러
구룡연 천척절애에 한번 굴러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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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갈 길, 돌아갈 길 다 막막해 금강에 들었습니다. 다이아몬드 같은 바위와 물로만 이루어진 산을 오르다 구룡폭포 앞에서 그만 철렁, “금강에 물이 되나!”를 반복했습니다. ‘몇 겁 우뚝한 금강역사 바위도 물 구슬 되어 천길 벼랑 떨어져 내리는데 하 그리 무얼 연연해하는 저는 요?’ 하고요. 예약은 밀리는데 막힌 금강산 길 아득하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13 00:28 입력
‘무한 바깥’-정현종(1939~ )
방 안에 있다가
숲으로 나갔을 때 듣는
새소리와 날개 소리는 얼마나 좋으냐!
저것들과 한 공기를 마시니
속속들이 한 몸이요
저것들과 한 터에서 움직이니
그 파동 서로 만나
만물의 물결,
무한 바깥을 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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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과 함께 숨쉬고, 맨살 비비며 한 몸 되어 터져 나온 환호. 사물, 삼라만상 자연과 한통속 되어 울려 나와 무한 바깥 우주로 파동을 일으키는 빛살 언어. 따로 시적인 것, 어려운 것 하나 없는 일상 언어도 이리 우주와 교감하고 있으니. 이 봄 박차고 나가 환한 햇살 아래 예쁜 것들과 죄 없이 통정하시길.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14 00:03 입력
‘사랑하리, 사랑하라’부분-김남조(1927~ ).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