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봄은 전쟁처럼’ - 오세영 (1942~ )

~Wonderful World 2009. 3. 17. 10:53

‘봄은 전쟁처럼’ - 오세영 (1942~ )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일제히 참호를 뛰쳐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


--------------------------------------------------------------------------------
이런 전쟁이면 기꺼이 참전하고 싶다. 불바다 싹쓸이 아니라 모든 것 되살리는 전쟁. 참호 속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돌격 앞으로 뛰쳐나오는 약동. 매화 선두로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개구리, 고슴도치, 아지랑이 포연 속 숨가쁘게 북상하는 봄 같은 전쟁이라면.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16 01:26 입력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1951~ )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
그렇데요. 피고지고 지천으로 날리는 매화꽃 세상이데요. 첫사랑 첫 그리움 환하게 피어올라 서럽데요. 꽃구름처럼 몰려든 매화꽃 인파, 뺨빰마다 발갛게 순정의 꽃 피어오르데요. 삼한시대 그 너머로 흐르는 그리움의 젖줄, 섬진강 서정 결 곱게 엮는 시인. 꽃그늘같이 환한 설움의 민족 서정.

이경철·문학평론가
2009.03.17 00:17 입력

‘봄은 전쟁처럼’ - 오세영 (1942~ ).txt

 

‘봄은 전쟁처럼’.hwp

 

‘봄은 전쟁처럼’ - 오세영 (1942~ ).txt
0.0MB
‘봄은 전쟁처럼’.hwp
0.0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