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유리창 1 -정지용(1902~1950)

~Wonderful World 2010. 2. 18. 17:44

유리창 1 -정지용(1902~1950)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청춘의 열병 앓던 시절 이 시 가슴에 박혔거늘. 추운 겨울밤 상심(傷心)한 가슴 유리창에 붙어서 호호 불어 그 모습 그려보아도 이내 사라지곤 하던 얼굴. 성에에 반사된 불빛은 폐혈관 고운 실핏줄처럼 살아나는데 아아, 늬는 날개 파닥거리며 산새처럼 날아가려고만 하고. 폐병으로 자식 잃은 아비의 비통한 심경으로만 읽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