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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망나니-최승호
~Wonderful World
2010. 7. 18. 03:18
'소심한 망나니'-최승호
그는 홧술을 마신다
흑갈색 윤나는 홍합
껍데기를 너절하게 늘어놓고
잔뼈 많은 꼼장어를 씹어대면서
술고래도 못 되는 주제에
연거푸 독한 소줏잔을 기울인다
이윽고
일부러 고주망태인 척하면서
아무에게나 괜히 시비를 걸고
엉뚱한 사람 궁둥이를 발로 차려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전봇대에 들소처럼 머리를 박고
구토한다 눈물을 질끔대면서
그에겐
마누라와 자식새끼들이 있다
배짱대로 하면
당장에 먹을 게 걱정되는 가족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