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번역 해 다오’-최승자(1952~)
~Wonderful World
2010. 7. 26. 08:46
‘번역 해 다오’-최승자(1952~)
침묵은 공기이고
언어는 벽돌이다
바람은 벽돌담 사이를
통과할 수 있다
나는 네 발목을 붙잡고 싶지 않다
지금 내 손은 벽돌이지만
네 발은 공기다
통과하라. 나를.
그러나 그 전에 번역해 다오 나를
내 침묵을 언어로
내 언어를 침묵으로
그것이 네가 내 인생을 거쳐가면서
풀어야 할 통행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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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모든 것을 지나간다. 침묵은 공기가 되고 언어는 벽돌이 되는 담 사이를 지나갈 수 있다. 너도 그렇게 간다. 그렇게 갈 수 있다. 내 손이 제아무리 벽돌이지만 공기의 발은 지나가고 말 것이다. 가는 너에게 명령한다. 통과하라 나를. 그러나 통행료는 지불해야만 한다. 침묵과 공기와 언어가 아닌 내 인생을 거쳐가는 통행료는 반드시 지불하라. 내가 누구인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가 지금 살고 있는지 죽고 있는지 꼼꼼히 번역하라. <신달자·시인>
‘번역 해 다오’-최승자(195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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