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한 손’ -고영민(1968∼ )
‘공손한 손’ -고영민(1968∼ )
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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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장이 떠오르지 않는가. 모두들 공손히 손을 내밀고 밥그릇 뚜껑의 따스함을 즐기고 있는 풍경. 아마 그림의 밖은 꽤 추운 모양. 그림 속에서 밥은 어느새 손으로 전이(轉移)되었다. 그 손은 순간 여러 다른 그림을 데리고 온다. 특히 밥 하면 떠오르는 어머니의 손(하긴 신세대들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을. 어느 날 아픈 배를 살살 쓰다듬어주던 어머니의 투박한 약손, 식은 화로를 두 손으로 잡고 꺼져가는 재에 훅 입김을 불어넣던 어머니의 손힘. 그러나 그때 어머니의 불씨를 일으키던 ‘숨’은 얼마나 가늘었던지, 따스함 그것이었던지. 결국 그 그림들은 ‘나의 한 손’ 위에 슬그머니 ‘자기의 한 손’을 포개 얹던 어느 날의 ‘당신의 손’도 보이게 한다. 식은 밥처럼 식어가는 오늘의 시들에게 이 아침, 따뜻해져 보라고 외쳐본다. 그 목소리가 패스트푸드를 선전하는 전광판들 밑에 공허하게 울릴지라도, 울리다 말지라도 외쳐본다. 시여, 공손한 손이 자꾸 얹히는 따뜻한 밥그릇이 되어라. 어머니가 아랫목 이불 밑에 소중히 묻어두었다가 한밤중 자식들 돌아오면 늦은 상을 차리시고 올려놓으시던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라. 그 따뜻한 밥그릇의 언어그림 한 장이 되어라. <강은교·시인>
‘욥의 여행’ - 바드르 샤키르 알사이얍(1926∼ )
시련이 길어질 때마다 당신을 찬양합니다.
고통이 엄습할 때마다
당신을 찬양합니다. 실로 재난은 선물,
불행들은 약간의 관대함.
당신이 나에게 이 어둠을 주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나에게 이 새벽을 주지 않았습니까?
대지가 빗방울에 고마워하고
구름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화를 내나요?
긴 달들과 이 상처가
칼처럼 내 옆구리들을 찢는다.
아침에는 병이 진정되지 않고
밤은 파멸로 그 고통들을 씻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욥은 외치고 외쳤다, …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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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남부 자이쿠르에서 태어나 바그다드 대학을 졸업한 시인, 이라크는 이슬람의 나라이며 전쟁의 나라이며 이상한 열정과 신념의 나라다. 아랍의 여성들은 검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며, 세계의 그림자들을 그 심연 같은 차도르 속에 감추고 있다. 거기서 외치는 광야의 욥 같은 시인, 그렇다. 이 시대에 시는 가장 공손한 치유자가 되어야 한다. 갈 곳 없는 상처받은, 외로운 마음들의 치유자. *욥은 구약성서 ‘욥기의 주인공 <강은교·시인>
5월 -김영랑(1903~50)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마을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꾀꼬리도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암컷이라 쫓길 뿐수놈이라 쫓을 뿐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있는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5월은 이 시인의 시편에서 자주 등장하는 계절. 사물을 시각화하고 있는 현란하고 싱싱한 심상들이 경쾌한 리듬과 어울려 절창을 빚어내고 있다. 구불거리며 벋은 길은 골목으로 이어져선 집집마다 울긋불긋 꽃을 피우지만, 들길로 내달아선 초록에 물든 생기 넘치는 들판을 펼쳐놓는다. 음양을 교태로 가득 채워 생식과 번창을 배가시키는 이 싱그러운 봄이 우리를 유혹해 낸다. 시각적인 율동을 시의 리듬에 실어 자연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조화를 부여하는 영랑의 솜씨를 보라. <김명인·시인>
part-time lover
Song By Stebie Wonder
call up, ring once, hang up the phone
to let me know you made it home
don't want nothing to be wrong
with part-time lover
if she's with me, i'll blink the lights
to let you know tonight's the night
for me and you
my part-time lover
*
we are undercover passion on the run
chasing love, up against the sun
we are strangers by day, lovers by night,
knowing it's so wrong, but feeling so right
if i'm with friends and we should meet
just pass me by, don't even speak
know the word's 'discreet'
when part-time lovers
but if there's some emergency
have a male friend to ask for me
so that she won't peek
it's really you my part-time lover
*repeat twice
i've got something that i must tell
last night someone rang our doorbell
and it was not you
my part-time lover
and then a man called our exchange
but didn't want to leave his name
i guess that two can play the game
of part-time lovers
you and me, part-time lovers
she and he, part-time lovers
Why Worry
아티스트명 : Nana Mouskouri(나나 무스끄리)
앨범명 : Best Of Me
가사제공 : thdid
Baby
I see this world
has made you sad
Some people can be bad
The things they do,
the things they say
┌그대여..
│난 이 세상에서
│몇몇 사람들의
│행동과 말로 상처를 받아
│당신을 슬프게
└만든다는걸 알고 있어요.
But baby
I'll wipe away
those bitter tears
I'll chase away
those restless fears
That turn your blue skies into grey
┌하지만, 그대여..
│고통스러운 눈물을
│제가 닦아 드릴께요.
│당신을 두렵게 만드는
│불안한 두려움들을
└제가 사라지게 해줄께요.
Why worry,
there should be laughter after the pain
There should be sunshine after rain
These things have always been the same
┌걱정마세요..
│고통뒤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찾아온답니다,
│비가 온 뒤 해가 나는 것처럼요.
└이런 것들은 언제나 변함없는 일들이지요.
So why worry now
Baby when I get down
I turn to you
And you make sense of what I do
I know it isn't hard to say
┌그러니..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힘들때면,
│당신에게 갈께요.그러면
│당신은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갖게 해주지요.
└내게 말해주기 어렵지 않을거에요.
But baby
just when this world
seems mean and cold
Our love comes shining red and gold
And all the rest is by the way
┌하지만 그대여..
│이 세상이
│잔인하고 냉정하다고 여겨질때면
│우리의 사랑이 더욱 밝게 빛나면서 다가오고,
└모든 휴식을 갖을 수 있게 된답니다
Why worry,
there should be laughter after pain
There should be sunshine after rain
These things have always been the same
So why worry now
┌걱정마세요..
│고통 뒤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찾아온답니다,
│비가 온 뒤 해가 나는 것처럼요.
│이런 것들은 언제나 변함없는 일이지요.
└그러니..이제 걱정 마세요..
그 여자는 시간을 건너뛴다 - 김윤배(1944~ )
식품을 고를 때마다
유효기간을 살피는 여자를 알고 있다
유효기간에서 하루를 지나도
폐기처분하는 여자는 무엇이나
유효기간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 여자의 젊은 날의 유효기간을
그 칼 같은 시간의 종단을
의문하고 그 여자는 나이 스물둘이
젊음의 유효기간이라고 믿는다
시간의 유효기간처럼
인간관계의 유효기간이 두렵다
유효기간은 사람과 사랑을
돌아올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끌고간다
어둠의 유효기간을 계산하는
그녀 흰목덜미에서 주름들이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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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도 유효기간이라며 미리 정해놓은 한계가 있는가. 그걸 믿고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유효기간은 식품의 안전성이 아니라, 허락된 삶의 경계를 환기시키는 안타까운 집착일 것이다. 그런 삶에서 늙음이란 낡아서 용도폐기되는 절망적인 상황일 뿐이다. 유효기간만으로 쓰임새를 가린다면 인간관계 또한 얼마나 건조하고 조급해질 것인가. 젊음을 지나쳤다고 생을 낙담해 버리는 일이야말로 쉬 늙어가는 지름길이다. <김명인·시인>
그대 내게 오면 (Love Theme)
아티스트명 : 최진영
앨범명 : 신입사원 (MBC 수목드라마)
가사제공 : JSANolJa
그댈 처음 본 순간
햇살에 손이 데인 듯
어느새 작은 상처가 되어
지워지지도 않고 남아 있네요...
그댄 알고 있나요
밤새워 기다린 날
짐이 될까 저기 멀리로 숨어
그댈 오기만을 바라죠
그대안의 그 사람을
바보처럼 기다리진 말아요
어려워도 뒤돌아 나를 봐요
제발 안될 꺼란
그 말만은 말아요
세상이 우리를
이별로 말려도
지치면 안돼요
그대 날 믿어요
부탁해요
누군가 찾아오면
지금처럼 나의 뒤로 와요
아무 말도 아무 것도
무엇 하나 주지 않아도 돼요
화가 나서
내 맘에 찾아와도
나는 행복한 걸요
그대 내게 있어
세상이 우리를 이별로 말려도
그리운 사람끼리
아티스트명 : 박인희
앨범명 : 추억의 골든 포크송 추상(追想) Park In Hee & Eun Hee
가사제공 : han144
그리운 사람끼리
두 손을 잡고
마주보고 웃음 지며
함께 가는 길
두 손엔
풍선을 들고
두 눈엔 사랑을 담고
가슴엔
하나 가득
그리움 이네
그리운 사람끼리
두 눈을 감고
도란 도란 속삭이며
걸어가는 길
가슴에
여울지는 푸르른 사랑
길목엔
하나 가득
그리움 이네
꽃의 이유 - 마종기(1939 ~ )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 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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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와 낙화의 과정을 떨면서 엿본 그 누군가가 꽃나무의 내년을 기약한다 하더라도 내년의 꽃은 올해의 저 꽃이 아니다. 피었다 지는 것으로 꽃은 저의 한 주기를 완성한다. 그게 꽃의 이름다움이다. 그리하여 되풀이가 없는 우리네 삶은 피고 지는 꽃들 앞에서 아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고 지는 꽃 시절은 후회와 고통이 서린 사랑의 모습이었다 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아프게 확인시킨다. 전율과 환희를 가득 품게 한 사랑도 마침내는 이별로써 저를 완결하는가.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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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외치다
• 아티스트명 : 마야(Maya)
• 앨범명 : Road To Myself
• 가사제공 : yijae4
나를 외치다
새벽이 오는 소리 눈을 비비고 일어나
곁에 잠든 너의 얼굴 보면서
힘을 내야지 절대 쓰러질 순 없어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꿈도 꾸었었지 뜨거웠던 가슴으로
하지만 시간이 나를 버린 걸까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은 아직도 이렇게 뛰는데
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oh~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지쳐버린 어깨 거울 속에 비친 내가
어쩌면 이렇게 초라해 보일까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공간에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끝은 있는 걸까 시작뿐인 내 인생에
걱정이 앞서는 건 또 왜일까
강해지자고 뒤돌아보지 말자고 앞만 보고 달려가자고
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oh~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oh~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끝이 아니라(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나의 길을 간다고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아티스트명 : 자전거 탄 풍경
앨범명 : 클래식 (The Classic)
가사제공 : bee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내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 김소월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당신이 하도 못 잊게 그리워서
그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잊히지도 않는
그 사람은 아주나 내버린 것이 아닌데도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가뜩이나 설운 맘이 떠나지 못할 운에
떠난 것 같아서 생각하면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빛은
조금이었어
아주
조금이었어
그래도 그게
빛이었거든
임영태님의 소설 ‘아홉 번째 두 번째 대문’중
다정함의 세계 - 김행숙(1970~ )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작별 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투명해지는 한쪽 귀와수평선처럼 누워 있는 세계에서검은 돌고래가 솟구쳐 오를 때무릎이 반짝일 때우리는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선다
툭툭 끊어놓은 듯 생략해 버린 채 전개되는 시의 맥락들을 복원해 보면, 기지 넘치는 언어로 구축한 이 시인의 화법(話法)이 읽힌다. 함께 있고만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나는 결코 먼저 일어서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라면, 그 아쉬움은 “검은 돌고래가 솟구쳐 오르”듯 온몸을 다한 안타까움으로 사무쳐올 것이다. ‘다정함’을 생각이 아니라 느낌 그대로 감각하는 순간들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김명인·시인>
덩그러니
아티스트명 : 이수영
앨범명 : An Autumn Day (Lee Su Young Special 2005)
가사제공 : gotj99
아쉬운 것 없이 무딘 사람인 척 미련없이 보내놓고
남은 사랑만큼 고통들도 웃음 뒤에 숨겨 놓았어
그깟 한 사람 따윈 떠난 건
나 사는 동안 가끔 걸리는 한낱 열병일 뿐
함께 했던 날들도 곧 흉터 하나 없이 아무는 가벼운 상처 자국이지만
지친 내 하루의 끝에 거울이 비춘 깊이 패인 상처에 난 눈물만
덩그러니
너무 그리워서 몰래 한번 그 이름 부른 뒤
다시 가리는 얼굴
이별해서 내게 자유로와진 척 이리저리 바빠지고
잊기 힘들어서 아픈 추억들을 농담처럼 늘어놓았지
그깟 한 사람 따윈 떠난 건 나 사는 동안
가끔 걸리는 한낱 열병일 뿐
함께 했던 날들도 곧 흉터 하나 없이
아무는 가벼운 상처 자국일 뿐
지친 내 하루의 끝에 거울이 비춘 깊이 패인 상처에 난 눈물만
덩그러니
너무 그리워서 몰래 한번
그 이름 부른 뒤 다시 가리는 얼굴
널 보낼 수 없는 날 알면서 날 잊는다 떠난 너
이제 조금씩 허술해진 가면 흘러 내려 흉한 날 보겠지
그때쯤엔 조금이라도 아물어져 있어서 널 보면 숨지 않길
그때쯤엔 한번 너의 눈 바라볼 수 있도록 날 알아봐줘
그때쯤엔 두 번 다시는 그 누구에게라도 상처 주지 말아줘
지친 내 하루의 끝에 거울이 비춘 깊이 패인 상처에 난 눈물만 덩그러니
너무 그리워서 몰래 한번
그 이름 부른 뒤 다시 가리는 얼굴
목마와 숙녀
아티스트명 : 박인희
앨범명 : 2006 김기웅 작품집 (창작성가 / 추억의 가요 걸작선)
가사제공 : yanggoibi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문(門) - 이영광(1967~ )
가지 말아야 했던 곳
범접해서는 안 되었던 숱한 내부들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
더럽혀진 발길이 함부로 밟고 들어가
지나보면 다 바깥이었다
날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내부가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그대의 텅 빈 바깥에 있다
가을바람 은행잎의 비 맞으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닿아서야
그곳에 단정히 여민 문이 있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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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서, 사랑에서, 그리고 글쓰기에서, 겹겹의 문을 열어젖혔으나 그때마다 그 안에 또 다른 문들이 단단하게 여며져 있어, 여전히 문밖에 세워졌었다…면! 거쳐 온 삶의 경로들이 지나고 나니 다 바깥이었다는, 이 문 앞에 선 장탄식과 환멸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떤 구걸로도 허락되지 않는 내부들이 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는 삶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일찌감치 생의 의욕을 제거해버린 절망이라면 차라리 아프다. <김명인·시인>
물 통(桶) - 김종삼(1921~1984)
희미한풍금(風琴) 소리가툭 툭 끊어지고있었다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다름 아닌 인간(人間)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桶) 길어다 준 일 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廣野)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느냐는 물음에 “땅 위에서는 영롱한 날빛을 시켜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준 일밖에 없다”고 대답하는 이 내용 없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 빈자리는 실용(實用)을 비워내고 환상을 채워 넣으려는 예술가의 자의식이 차지하는 여백이므로 투명하기만 하다. 그가 길어온 물(시)로 영혼의 기갈을 축여온 독자에겐 무위(無爲)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김명인·시인>
물결 앞에서 - 이시영(1949~ )
울지 마라
오늘은 오늘의 물결이 다가와 출렁인다
갈매기떼 사납게 난다
그리고 지금 지상의 한 곳에선
누군가의 발짝 소리 급하게 울린다
울지 마라
내일은 내일의 물결 더 거셀 것이다
갈매기떼 더욱 미칠 것이다
그리고 끓어 넘치면서
세계는 조금씩 새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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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게 인내의 시간을 권면하는 이 짧은 잠언은 오늘의 고통보다 내일의 그것이 견디기 수월할 것이라는 잔혹한 믿음을 드러낸 것이 아니다. 설혹 내일의 파도가 오늘의 물결보다 사납다 할지라도 그것과 맞서려는 무모함을 포개서 세계가 새로워진다는 것, 그리하여 짧은 생을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시의 인내의 이유이며, 변화에의 전망이다. 다소 무책임하게 자연의 섭리까지 끌어들인 이 권유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역설적인 충족이 있다. 아무런 위로가 없는 것이 삶의 실체라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권고가 아름답고 아프다. <김명인·시인>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최두석(1956~)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 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엉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번역 해 다오-최승자(1952~)
침묵은 공기이고
언어는 역돌이다
바람은 벽돌담 사이를
통과할 수 있다
나는 네 발목을 붙잡고 싶지 않다
지금 내 손은 벽돌이지만
네 발은 공기다
통과 하라. 나를.
그러나 그 전에 번역 해 다오 나를
내 침묵을 언어로
내 언어를 침묵으로
그것이 네가 내 인생을 거쳐 가면서
풀어야 할 통행료이다.
별을 보며 - 이성선(1941 ~ 2001)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던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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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함과 오욕으로 누추할 뿐인 시선으로 쳐다보는 밤하늘의 별에는 어느 정도 세속적 삶의 고단함이 고백처럼 섞여들기 마련이다. 죄의 땟국물이 넘쳐드는 현실 속에서 쳐다보면 별빛조차 흐려 아득하겠지만, 이 시인은 타고난 결벽으로 생애를 경작했으므로 영롱한 그 눈물이 엄살일 수 없다. 찬란한 별빛으로 생의 어질머리를 진정시키겠다는 이 간절한 그리움이 순연한 삶을 희구하는 가난한 영혼의 다짐인 것을 누가 부인하랴. <김명인·시인>
불꽃
아티스트명 : 장혜진
앨범명 : Love Drive
가사제공 : redlob
저 하늘에 달빛이 나의 눈물에 가릴 때
하나만 하다만 나의 사랑도 끝나고
다 잊으려 지우려 내 맘 속에 널 태워도
불꽃처럼 나를 감싸는 지독한 내 못난 사랑아
저 하늘에 달빛이 나의 눈물에 가릴 때
하나만 하다만 나의 사랑도 끝나고
다 잊으려 지우려 내 맘 속에 널 태워도
불꽃처럼 나를 감싸는 지독한 내 못난 사랑아
저 바다에 별빛이 거센 한숨에 잠길 때
서러워 서둘러 억센 내 숨도 끝내고
내 마지막 혼잣말 부는 바람에 날리고
네가 없어 내가 떠난다 머나 먼 곳으로
가라 가라 너라는 사람아
한 때는 내 사랑아
저 바다에 별빛이 거센 한숨에 잠길 때
서러워 서둘러 억센 내 숨도 끝내고
내 마지막 혼잣말 부는 바람에 날리고
네가 없어 내가 떠난다 머나 먼 곳으로
저 하늘에 달빛이 나의 눈물에 가릴 때
하나만 하다만 나의 사랑도 끝나고
다 잊으려 지우려 내 맘 속에 널 태워도
불꽃처럼 나를 감싸는 지독한 내 못난 사랑아
• 불인별곡 (不忍別曲)
• 아티스트명 : 조수미
• 앨범명 : 허준 (MBC 창사기념 특별 기획 드라마)
• 가사제공 : yukasun
• 불인별곡(不忍別曲)
가지 못 하네
돌아 갈 데가 없어 살아 헤어질
이 맘은 가없이 떠도네
살아서 우네
갈 곳을 잃었구나 죽어도 못 맺을
이 몸은 천공을 헤매리
가없는 저 세월은
꿈도 한도 없구나 천년을 울어 봐도
가는 해만 덧없어라
가지 못하네
갈 곳을 잃었구나 죽어도 못 맺을
이 몸은 천공을 헤매리
가없는 저 세월은
꿈도 한도 없구나 천년을 울어 봐도
가는 해만 덧없어라
가지 못하네 갈 곳을 잃었구나죽어도 못 맺을 이 몸은 천공을 헤매리살아서 슬퍼라
붉은 마침표 - 이정록(1964~ )
그래, 잘 견디고 있다
여기 동쪽 바닷가 해송들, 너 있는 서쪽으로 등뼈 굽었다
서해 소나무들도 이쪽으로 목 휘어 있을 거라,
소름 돋아 있을 거라, 믿는다
그쪽 노을빛 우듬지와
이쪽 소나무의 햇살 꼭지를 길게 이으면 하늘이 된다
그 하늘 길로, 내 마음 뜨거운 덩어리가 타고 넘는다
송진으로 봉한 맷돌편지는 석양만이 풀어 읽으리라
아느냐?
단 한 줄의 문장, 수평선의 붉은 떨림을
혈서는 언제나 마침표부터 찍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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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울울창창한 소나무 산천, 그 소나무들을 이어놓으면 우리는 소나무 천국에서 산다. 그러니 애국가에도 소나무가 등장해야 마땅하다. 동해 가에 서 있는 소나무와 서해를 지키는 소나무가 한결같고,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가 다르지 않으니, 그 하루가 뜨거운 나날이라는 것, 우리는 그 하루들을 쌓아 일생을 산다. 환하게 열어젖힌 수평선 같은 가슴들을 보아라. 아침저녁으로 찍히는 혈서에 소름 돋고, 함께 품은 열정으로 보듬는 이 자리가 바로 삶의 터전 아닌가. <김명인·시인>
사랑의 편지-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7-유하(1963~)
어둔 밤, 페달을 돌려
자전거 전등을 밝히고
사랑의 편지를 읽는 사람아
그 간절함의 향기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사랑은 늘 고통을
고통을 페달 돌려
자기를 불 밝힌다
자전거의 길을 따라 어떤 이는 와서
그 빛으로 인생을 읽고 가기도 하고
구원을 일고 가기도 한다
그대, 부디 저전거가 가는 길로
사랑의 편지를 부쳐다오
세상의 유전이 다하고
암흑이 온다 해도
빛을 구할 데는
마음 밖에 없나니
나는 나를 불 밝혀
그대 편지를 읽으리라
사랑의 휴일
아티스트명 : 박인희
앨범명 : Remember (추억과 향수의 번안가요)
가사제공 : bee
사랑의 휴일이면
그대와 함께 떠나요
괴로움과
슬픔을 잊어버리고
산과 바다로 떠나요
그대와 손을 잡고
푸른 언덕을 넘어서
바람을 따라가요
노래 부르며
아름다움을 찾아요.
사랑의 휴일이면
그대와 함께 떠나요
괴로움과
슬픔을 잊어버리고
산과 바다로 떠나요
그대와 손을 잡고
푸른 언덕을 넘어서
바람을 따라가요
노래 부르며
아름다움을 찾아요.
사랑의 휴일이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쳐다봐요
이뤄지는 꿈
파란 꿈을 꾸어요.
• 새는
• 아티스트명 : 송창식
• 앨범명 : 송창식 골든 제1집
• 가사제공 : bee
새는
새는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노래를 한다
새는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간다먼 옛날 멀어도
아주 먼 옛날 내가 보았던
당신의 초롱한
눈망울을 닮았구나당신의 닫혀있는
마음을 닮았구나
저기 머나먼
하늘 끝까지 사라져간다당신도 따라서 사라져 간다
멀어져 간다
당신의 덧없는
마음도 사라져간다 당신의 덧없는
마음도 사라져간다
세상의 나무들 - 정현종(1939~ )
세상의 나무들은
무슨 일을 하지?
그걸 바라보기 좋아하는 사람,
허구한 날 봐도 나날이 좋아
가슴이 고만 푸르게 푸르게 두근거리는
그런 사람 땅에 뿌리내려 마지않게 하고
몸에 온몸에 수액 오르게 하고
하늘로 높은 데로 오르게 하고
둥글고 둥글어 탄력의 샘!
하늘에도 땅에도 우리들 가슴에도
들리지 나무들아 날이면 날마다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가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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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뿌리를 뻗고, 하늘로 직립하는 나무는 그대로가 하나의 생명이며 우주다. 가지와 잎들을 펼쳐 수액을 길어 올리고 햇빛과 바람으로 광합성을 이뤄내는 그 자체가 이미 질서의 표상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무를 보면 시인의 가슴은 “푸르게 두근거린다.” 나무의 수직성은 어느새 둥글게 휘어져 순환하는 세계와 탄력 있는 생의 리듬을 획득해내는 대지모성으로 자리 잡는다. 겹겹의 사유를 걷어낸 단순한 수사만으로도 사물에 이르는 길이 명쾌하게 펼쳐진다. <김명인·시인>
스카브로우의 추억
아티스트명 : 박인희
앨범명 : Remember (추억과 향수의 번안가요)
가사제공 : bsadmin58
추억 속의
스카브로우여
나 언제나 돌아 가리
내 사랑이 살고 있는
가고 싶은 나의 고향
추억 속의
스카브로우여
나 언제나 찾아 가리
내 사랑이 기다리는
아름다운
나의 고향
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나
내 사랑이 기다리는
아름다운 나의 고향
추억 속의
스카브로우여
나 언제나 부르리라
내 마음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나의 노래
시-나태주(1945~)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자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아침-정현종(1939~)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런지 모르겠다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이성부(1942∼ )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 흘렸던 우리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가쁜 숨 몰아쉬며 잠시 쳐다보는 우리 하늘
서럽도록 푸른 자유
마음이 먼저 날아가서 산 넘어 축지법!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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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다. 무한한 당신의 삶이 오늘 아침부터 다시 시작이다. 길들은 무한한 시작의 잎들을 당신의 발 아래 깔아 드리고 있다. 꽃이 최선을 다하여 저기 피어 있듯이, 오늘 아침 꽃들은 제 가슴에서 꺼낸, 지상에서 가장 고운 빛깔의 꽃잎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른다. 이 시대에 컴퓨터 자판기도 두들기지 않고, 휴대전화도 오랫동안 꺼놓곤 하는 사람, 산 그림자와 늘 동행하는 산 사나이, 이성부 시인. 당신의 시는 어디서 오느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한다. “산에서든 도시에서든 되도록 많이 걷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정신적·육체적 자양이 됩니다. “자, 그러면 그동안 닳아져 버린 마음의 배터리들을 충전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우리가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는 길, 오늘은 언제나 첫날, 첫 요일, 첫 시각, 첫 차 … 첫첫첫첫. <강은교·시인>
이름 모를 소녀
아티스트명 : 김정호
앨범명 : 김정호 골든 2집
가사제공 : bee
버들잎 따다가
연못위에 띄워놓고
쓸쓸히 바라보는
이름 모를 소녀
밤은 깊어가고
산새들은 잠들어
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 속에
달빛어린 금빛물결
바람에 이누나
출렁이는 물결 속에
마음을 달래려고
말없이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서서
안개 속에 떠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출렁이는 물결 속에
마음을 달래려고
말없이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서서
안개 속에 떠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저녁노래-장석주
내 마음
가시덤불 속에서 울고 있네
이미 떠나버린 공간에
남은 새 한 마리
아프게 쪼으며 울고 있네
떠나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눈물나는 세상살이
술 마실 일들만 그득해
취해 쓰러져
잠든 일들만 아득해
티끌처럼 떠나보낸
바람 부는 날
내 마음
가시덤불 속에서 울고 있네
죽 한 사발-박규리(1960~)
나도
언제쯤이면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축하합니다-정호승
이 봄날에 꽃으로 피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이 겨울날에 눈으로 내리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 보세요
괜찮아요, 손 드세요, 손 들어보세요
아, 네,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신 분
손 드셨군요
바위에 씨뿌리다가 지치신 분
손 드셨군요
첫눈을 기다리다가
서서 죽으신 분도 손 드셨군요
네, 네, 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모슨 실패를 축하합니다
천국이 없어
예수가 울고 있는 오늘밤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희망 없이
열심히 살아갈 희망이 생겼습니다
축하합니다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 신경림(1935~ )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예순에 더 몇 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복사꽃 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특급열차로 바삐 달려본 사람들은 순식간에 목적지까지 다다르는 속도에 감동하게 될까. 날아가듯 달려가 어느새 종착역에 닿아버리는 특급인생이라면 누구라도 짙은 회한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하여 탄탄대로라 해도 끝이 훤한 도정에 서 있다면 발이 부르트도록 힘들게 걸어야 하는 오솔길의 인생으로 건너뛰고만 싶어진다.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유장한 산천에 파묻힐 터이니. <김명인·시인>
피리 부는 사나이
아티스트명 : 송창식
앨범명 : 서른... 그리고 마흔 즈음에
가사제공 : kky3hw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걱정 하나 없는 떠돌이
은빛 피리 하나
갖고 다닌다
모진 비바람을 맞아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입에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고 다닌다
갈길 멀어 우는
철부지 소녀야
나의 피리 소릴 들으려무나
삘릴리 삐일 리 일리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 도는 떠돌이
은빛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는 멋쟁이
갈길 멀어 우는
철부지 소녀야
나의 피리 소릴
들으려무나
삘릴리 삐일 리 일리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 도는 떠돌이
은빛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는 멋쟁이
언제나 웃는 멋쟁이
‘성(聖)발바닥’ -김수우(1959 ~ )
사하라의 노을을 넘다가
신발을 벗고 동쪽을 향해
무릎 꿇는다
모래비탈에 입맞추며 기도하는
흰옷 입은 모슬렘 사내
왜 엎드린 사람의 키가 더 클까
위대한 건 신이 아니라
모래로 빚어진 나그네다
흙먼지에 수만금 갈라진 성발바닥
옷자락 날리며 핏빛 산맥을 다시 걸어가는
모래만 내짚는 모랫덩이의 맨꿈, 맨뒤꿈치
그 삼억만년 퇴적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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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 모리타니에서 원주민과 함께 살았던 시인의 경험이 그대로 살아있는 시다. 혹시 지금 당신은 막 기도하다가 일어난 참은 아닌가. 모래비탈 앞에서 ‘흰 옷 입은 모슬렘 사내’도 기도하고 ‘나’도 기도한다. ‘사하라의 노을’을 넘어, ‘나’와 그 낯선 ‘사내’는 이 한 장의 언어그림 속에서 갑자기 친해진다. 발바닥 때문이다. 삼억만 년 퇴적된 모래덩이의 그 ‘맨꿈, 맨뒤꿈치’. 오늘 아침 세계의 곳곳에서 기도하는 ‘흙먼지에 수만금 갈라진 성발바닥’들을 보라. <강은교·시인>
‘공손한 손’ -고영민(1968∼ )-40p[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