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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門) - 이영광(1967~ )

~Wonderful World 2010. 8. 29. 09:41

문(門) - 이영광(1967~ )

 

 

가지 말아야 했던 곳

범접해서는 안 되었던 숱한 내부들

사람의 집 사랑의 집 세월의 집

더럽혀진 발길이 함부로 밟고 들어가

지나보면 다 바깥이었다

날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내부가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그대의 텅 빈 바깥에 있다

가을바람 은행잎의 비 맞으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닿아서야

그곳에 단정히 여민 문이 있었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