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오관석(五觀釋) - 표훈 (? ~ ?)

~Wonderful World 2010. 9. 4. 05:46

오관석(五觀釋) - 표훈 (? ~ ?)


나는 모든 인연으로 이루어진 법(法)이요

모든 연(緣)은 나로써 이루어 얻은 연이네

연으로 이루어진 나이지만 나는 체(體)가 없고

나로써 연이 이루어졌지만 연엔 성(性)이 없네

만물이 있다, 없다 함은 원래 하나이며

있고 없는 만법은 본래 둘이 아니네

있을 때는 있음이 아니라 없음과 같고

없을 때는 없음이 아니라 있음과 같네

만법은 원래 움직이지 않나니

관(觀)하는 마음 역시 일어나지 않네



선시(禪詩)는 그 깊은 세계를 알 길은 없으나, 가끔 일상에 젖은 나를 깜짝 깨운다. 나는 가끔 책상 한구석에 놓은 종-이를 나는 스님이 중생(衆生)들을 깨우기 위하여, 울리는 경자(磬子)로 생각한다-을 흔들어 나를 깨운다. 선시도 그런, ‘정신의 소제’를 우리에게 경험하게 한다. 위의 선시는 표훈대사와 의상대사 간의 문답 끝에 지어진 표훈대사의 시다. 이 짧은 몇 행에 숨은, 연기관(緣起觀/3·4행), 성기관(性起觀/5·6행), 무주관(無住觀/7·8행), 실상관(實相觀/9·10행)의 메시지들에 당신의 안테나를 세워보라. 경자를 흔들듯 정신이 광활해지며 당신의 ‘체(體)’가 드러나리라. <강은교·시인>

오관석.hwp

오관석.hwp
0.01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