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난 오늘 아침에 홧김에 서울이라는 도시가 싫어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했었다. 빈 손으로 올라왔지만 빚만 잔뜩 진채 떠나기로 결정했다. 막막하지만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내 꿈의 도시 춘천이든 어느 한적한 농촌이든 외진 산골이든 지친 심신을 좀 달랠 곳이면 어디든 여기만 못하랴 싶었다. 수소문해서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사는 근처로 아니면 좋아는 소설가가 사는 근처로도 가 볼까도 싶었다.
누구나 가끔씩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때가 있다. 안좋은 일들은 언제나 한꺼번에 닥쳐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요즘의 내가 그랬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오지랖 넓게 온갖 일들에 불만이었다. 그러니 일도 안되고 줗은 일들도 오다 도망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난 세상을 긍정적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내가 잘 실천을 못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긍정적인 요인을 찾기는 하지만 어떨 때는 그 반대이다. 내가 부정적인 시각으로 주변을 볼 때는 분명 내 탓인 것들도 주변의 요인으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중자애라는 말이 있다. 내가 내 자신을 아껴야 주변을 볼 여유가 생긴다. 이기적이 되라는 말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전혀 없는 나로서는 내가 날 돌보지 않으면 누가 날 보살피겠는가?
몇 년 전인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난 무작정 강화도로 떠나려 계획도 하고 한 친구에게는 자랑도 했었다. 답사를 위해 새벽 이른 시간에 첫차표를 끊고 무슨 일인가로 차를 놓치고는 무산되고 내내 아쉬워한 적이 있었고 십여년 전 어머니도 살아계시고 자동차 영업 슬럽프 적에 고향으로 낙향하려 고향 근처 영업소을 소개받고 면접까지 치르고도 미루다 결국 못내려간 적도 있었다.
이번에도 이사만으로 서울을 떠나는 건 또 미뤘다. 목표는 몇 달이지만 그후 또 내 결정이 어떻게 바뀔지...
이제 마흔 둘이지만 나이 들수록 이사가 버거워진다. 한 곳에 오래 머물수록 짐이 늘어나고 인연이 늘어나고 미운정 고운정 든 이들이 몇은 생긴다. 어디든 날 반겨주는 곳은 없지만 가벼이 낯선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키우고 싶다. 늘어난 짐들을 줄여도 줄여도 혼자 나르기에는 버거울 만큼 많다. 더 줄이고 다시 늘어나고 또 줄이고...
아직 어디로 이사갈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월요일부터 일하기로 한 곳에서 적당히 먼 거리로 알아볼 생각이다. 이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 난 아직 미련이 남아서라기 보다는 나름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지켜보고자 함일까? "...떠나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눈물나는 세상살이 술 마실 일만 가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