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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Wonderful World 2010. 11. 9. 05:14

‘가인’-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그리고-현들의 단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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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단 한 줄로 된 현악기다. 그 한줄은 제목과 본문사이에도 있고, 가인과 악기 사이에도 있다. 아니 사물과 꿈 사이에 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게 그 한 줄이라고 보는 게 낫겠다. 그 한 줄은 잘 벼린 수평선처럼 서늘 하고 투명하게 가슴을 베고 지나간다. 그리고ㅓ 복화술사처럼 한 일자로 두 입술을 포갠 채 무수한 파도를 일으키며 다채색의 진동음을 일으킨다. 그러나 수평선은 본디 없는 것이 아닌가. 멀찌감치 물러나서야 눈에 들어올 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다가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없는 그 한 줄, 그러나 분명히 시인의 가슴을 베고 간 상처 자국, 부재하는 아름다움이 우리를 노래하게 한다. 말에 굳은살이 박일 때면 시퍼런 작두날 위에 올라선 무당처럼 가끔씩 중얼거려보는 이 한 줄, 시라기보다 그것은 이제 무슨 주문같다. 섬뜩하다.

<손택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