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시들...

소리 -이원로

~Wonderful World 2011. 2. 17. 23:58

소리-이원로

 
심장에 귀를 댄다

무엇이 들리나

머리에 귀를 댄다

무엇이 들리나


강물 소리 바다 소리

삶의 소리 죽음의 소리

맥박 소리 숨소리

열리는 소리 닫히는 소리


멀리서 가까이서

빨리 천천히

법대로 멋대로

위에서 아래서


심장이 머리를 만든다

머리가 심장을 만든다

함께 있고 같이 간다

모두 아니고 모른다


-집 '우주의 배꼽'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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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안에 생로병사가 있다. 아기 첫 울음소리는 개벽하는 우주의 첫 호흡, 생명의 별이 빛난다. 몸은 소우주, 희로애락이 파도친다. 청진기로 사람 몸속을 흐르는 강물과 출렁이는 바다 소리, 삶과 죽음의 문이 여닫히는 우주의 소리를 듣는 인은 귀가 밝다. 이 소리가 이상징후를 보일 때 생명의 우주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다가온다. 빅뱅처럼 변화하는 사회에서 소리는 순환·소화·호흡의 신호음이 된다. 인간의 우주는 뜨거운 열정의 심장과 냉철한 이성의 머리가 알맞은 인력으로 밀고 당길 때 건강하다. 심장이 차갑고, 머리가 뜨거운 괴물이 늘어나지 않도록, 인은 몸과 아울러 정신과 영혼의 건강을 염려한다. 인은 소리를 듣는 존재다. 잘 듣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오랜 수련이 필요하다. 침묵이 가장 큰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기까지. 최정란·

▶이원로=1937년 서울 출생. 1989년 '월간문학' 등단. 집 '빛과 소리를 넘어서' '모자이크' 등. 인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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