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남은 9개를 보네
하나씩 먹으면 아흐레는 더 먹겠군
그러나, 아흐레나 더
나 혼자 어떻게 먹는담
내일 여기
누가 하나 와서
나흘이라도 우리 둘 같이 먹는다면!
셋이 와서 이틀이라도
우리 넷 같이 먹는다면!
그런데, 그러고도
하나가 남는군, 하나는
나는 남길 수 있을까, 그것 하나를
누군가에게
그것 하나는
-격월간 '유심' 2010년 9·10월
간단한 나눗셈이다. 9 나누기 1은 몫 9 나머지 0, 9 나누기 2는 몫 4 나머지 1, 9 나누기 4는 몫 2 나머지 1. 피제수는 사과 아홉 개, 제수는 사람의 수. 피제수가 정해져 있을 때 제수가 커지면 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몫은 작아진다. 혼자 다 먹기보다는, 몫이 적어지더라도 나누어 먹는 마음에서 사과의 달콤새콤한 과즙이 한 입 가득 배어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혼자 다 먹으면 나머지가 없지만, 나누어 먹으면 나머지가 남는다는 것. 나머지 즉 잉여는 또 한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 십시일반은 나머지가 커져 다른 한 사람의 온전한 몫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밥이다. 오천 명이 나누어 먹고도 몇 광주리 남았다는 오병이어는 나머지가 피제수보다 커진 기적의 나눗셈이다. 우리가 가진 사과를 나눠보는 아침이다. 최정란·시인
▶박의상 =1947년 만주 출생, 196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불의꿈' '라.라.라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