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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1952- )

~Wonderful World 2012. 1. 6. 18:34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1952- )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는 삶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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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이것이 꿈이라는 걸 잊는다. 이것이 삶이라는 것도 잊는다. 그가 죽었다. 북쪽 사람들이 얼어붙은 땅바닥을 치며 울부짖는다. 그가 죽었다고 우는 것인지 자신도 언제가는 죽을 거라는 생각에 우는 것인지, 문득 생각해 보니 이렇게 밖에 못 살고 있는 우리가 한심하다 불쌍하다. 이게 정말 삶일까, 꿈속의 한반도에 오래 주저앉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꿈같이 통일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 문상 와줘서 고마워, 부조금 내줘서 고맙고, 그 동안 왜 우리가 티격태격했지? 뭐 땜에 대포 쏘고 폭격했지? 다 잊어버렸네. 내친김에 꿈과 현실 왔다 갔다 합시다. 내친김에 남과 북도 왔다 갔다 합시다. 문득 이대로 통일합시다.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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