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시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  김남주(1946~1994)

~Wonderful World 2012. 1. 11. 22:11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김남주(1946~1994)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 …)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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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를 휘달리며 이육사는 아득한 매화 향기를 탐색했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김수영은 ‘나는 얼마큼 적으냐’며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을 바라보았다. 꽃나무를 심은 시인 김남주는 이 땅의 모든 꽃에 담긴 영원과 희망을 노래했다. 떠난 뒤에 자신의 나무가 겨울을 나지 못할 것을 걱정하면서도 그는 이 땅의 모든 꽃들이 해마다 철을 잊지 않고 피어나 열매 맺을 것을 염원했다. 무상하게 떠돈 영혼이 사라져도 이 땅의 모든 꽃은 영원히 남으리라는 희망이었다. 마침내 시인은 먼 길을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불꽃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