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종소리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황현산 번역

~Wonderful World 2012. 1. 18. 09:43

종소리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황현산 번역


미남 집시야 내 애인아

합창하는 종소리 들어 보려마

보는 사람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우리는 미친 듯이 사랑하였지

그러나 우리는 잘못 숨었다

사방으로 둘러선 모든 종들이

종루 꼭대기서 우릴 보아 두었다가

이제 온 사방에 고자질을 하는구나

내일이면 치프리엔과 하인리히도

마리아도 우르술라와 카테리나도

빵집여자와 그 남편도

그다음에 내 사촌 게르트루트도

내가 지나가면 히죽댈 거야

어디에 몸 둬야 할지 나는 모를 거야

너는 멀리 있겠지 나는 울겠지

어쩌면 나는 그만 죽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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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긴 떠돌이 집시와 사랑에 빠졌던 한 아가씨, 아무도 안보는 줄 알고 종루 아래서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누었다. 위에서 그걸 다 내려다 본 종탑의 종이, 누구는 누구와 사랑한대요. 사랑했대요. 사방 천지로 종을 쳐서 울려 퍼뜨린다. 내일이면 온 동네가 다 알게 되고, 빵집 여자까지도 알게 되면 소문은 빵처럼 부풀 것이다. 집시 애인아, 너는 멀리 떠나 있고 나는 울어야 하나 죽어야 하나, 그런데 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쇠종 소리, 사랑의 기쁨이 무언지 알기는 아는 걸까. 죽지 마라 아가씨야, 종소리가 네 사랑의 기쁨을 대신 전하려고 더 커다랗게 더 멀리 멀리 울려 퍼지는 것이라면 어쩌려고 그러니.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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