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그림자의 고별 - 루쉰(1881~1936)/유세종 번역
~Wonderful World
2012. 2. 15. 10:32
그림자의 고별-루쉰(1881~1936)/유세종 번역
사람이 어느 때인지도 모르게 잠에 빠져 있을 때, 그림자가 작별 인사를 하러 와서는 이런 말들을 하겠지…
나 싫어하는 것이 천국에 있다면, 나 가지 않겠소. 나 싫어하는 것이 지옥에 있다면, 나 가지 않겠소. 나 싫어하는 것이 그대들의 미래 황금 세계에 있다면, 나 가지 않겠소.
그런데 그대가 바로 내가 싫어하는 것이오.
벗이여, 나 그대를 따르기 싫소, 나 멈추고 싶지가 않소.
나 하기 싫소!
아아, 아아, 나 하기 싫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방황하느니만 못하오.
(중략)
나 이렇게 되기를 원하오, 벗이여…
나 홀로 멀리 떠나오, 그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다른 그림자도 없는 암흑 속으로. 오로지 나만이 암흑에 잠기어, 그리하여 세계가 완전히 나 자신에게 속하기를.
-------------------------------------------------------------------------------------------
우리가 데리고 다니는 그림자, 늘 우리와 붙어 다녀 동반자인 줄 알았으나 그것은 내 멋대로 생각하는 나만의 착각, 그림자의 고향은 완전한 암흑, 지옥이라 해도 완전히 자기 자신 속에 속하기를 바라는 것이 그림자의 본성.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영원히 방황하게 되리. 좌절과 절망의 현실 속에서도 철저하게 객관 현실을 바라보고자 했던 중국 근대 문호 루쉰의 호방한 상상력! 그의 산문시집 『들풀』을 다시 읽다가 깜짝 놀랐다. <최정례·시인>
???? ??.hwp
0.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