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거울의 춤 - 이 원(1968∼ )

~Wonderful World 2012. 3. 17. 11:12

거울의 춤 - 이 원(1968∼ )


나비는 봄의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고

낙타는 사막의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고

인간은 허공의 방향으로 번지고 있고

나는 거울의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다


낙타가 가는 곳은 모두 사막이고

(낙타는 모래를 따라가고 모래는 별을 따라가고

별은 낙타의 굳은 발바닥에 굳은살로 박히고)

나비가 오는 곳은 모두 봄이고

(날개는 늘 싹트고 있는 눈이다)

내가 가는 곳은 길이고 거울이고

(시간은 슬픔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은 슬픔 한 방울로 굴러간다)

인간이 지금 가는 곳은 허공이다

(허공에 경을 새겨넣는 손들

원본이 존재하지 않아 흐르는 경문들)


그러므로

봄이며

봄의 방향이며

봄의 춤인

나비여


그러므로

허공이며

허공의 방향이며

허공의 춤인

인간이여

(생략)

나비는 봄의 방향으로, 낙타는 사막의 방향으로, 인간은 허공의 방향으로 번져간다는데, 당신은 지금? 당신의 춤은, 당신의 일은 지금 어느 방향으로 뛰어가시는지요? 시간은 슬픔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이 시간에.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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