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저는 사람 - 김기택(1957~ )
다리 저는 사람 - 김기택(1957~ )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 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그 빽빽한 기둥 사이를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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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다리 저는 사람의 요란하되 소리 없는 걸음걸이를 춤으로,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생동감 있게 그린다. 불편한 다리와 온몸이라는 다리의 협력관계를 잡아내는 시인의 눈썰미는 대단하다. 저는 걸음 하나가 어째서 멀쩡한 걸음들을 일거에 얼어붙게 만드는 걸까. 낯선 것이 던지는 충격 때문이겠지만, 알고 보면 세상에 성한 몸은 없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깊을 것이다. 몸의 보이는 곳과 안 보이는 곳에 우리는 저마다 환부를 가지고 있다. 장애와 통증은 크건 작건 간에 몸 전체를 붙들고 흔들고 절뚝이게 한다. 마음도 몸의 일부라고 보면 그 사정은 더 심각할 것이다. 저는 사람의 팔랑거리는 걸음걸이는 우리 자신의 장애를 비쳐 준다. 우리는 우리의 환부와 만난 쇼크로 모르는 새 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이영광·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