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산유화- 김소월(1902~1934)

~Wonderful World 2012. 9. 14. 04:11

산유화
- 김소월(1902~1934)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피고 또 피고, 지고 또 진다. 이것이 ‘산’의 자연스러운 질서다. 무상(無常)으로서 곧 영원(永遠)을 구현한다. 그러나 그 끝없는 생성과 소멸의 질서 속에 사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다. 개별자의 삶이다. 그만큼 불만족스럽다. ‘산’의 질서를 수락은 하되 그 삶이 구족(具足)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꽃이 좋아서 산에 사는 새도 있다. 이것이 곧 삶이다. 좋아한다는 것은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는 노래한다. 그러나 그 만족스러움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꽃은 지고 또 진다. 별리(別離), 또는 영결(永訣)을 피할 수 없다. ‘산유화’가 소월의 시에서 색다른 것은 무상 속에서 영원을 구현하는 산의 질서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유한한 개별자로서의 고독과 사랑과 비애 또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또 받아들이면서 그 모순의 한가운데 담담히 서 있다. 애탕개탕하지 않는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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