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 - 박성우(1971~ )
맛있는 밥 - 박성우(1971~ )
밥벌이한답시고 달포 넘게 비운 집에 든다
아내는 딴소리 없이 아이한테 젖을 물린다
허기진 나는 양푼 가득 밥을 비벼 곱절의 밥을 비운다
젖을 다 먹인 아내가 아이를 안고 몸져눕듯 웃는다
우리 아가 똥기저귀통에 비벼먹으니깐 더 맛있지?
아기도 소갈머리 없는 나도 잘 먹었다고 끄으으, 트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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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 마음이 없다. 박성우 시인을 보면, 괜히 눈물이 날 것 같다. “양푼 가득 밥을 비벼 곱절”을 먹고도 왜 그리 말랐는지. 나 역시 빼빼 말라서 이런 말 듣는 것이 성가시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래도 성우야, 애잔한 걸 어쩌니? 예전에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사느라고 애쓴다. 사느라고 참 애쓴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가 잔디밭에서 용역을 하는 학교에서 배웠으니, 그 자식에 대한 정인들 또한 애잔하지 않으랴. 박성우 시인을 보면, 주머니를 뒤져 차비를 주고 싶다(지금은 어엿한 가장에다 교수님이니 이런 말하면 안 되는 줄 알지만, 그래도). 우리 어머니가 그랬고, 할머니가 그랬다. ‘차비’라는 말에는 참 허름한 우리네 살림살이의 역사가 있다. 얘야, 내가 알건대, 늬 애비는 참 좋은 사람이다. 성실하고 진실된 것은 하늘의 길이요, 거기에 가 닿으려고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다(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라는 말이 책에 없어도 되는 사람이다. 잘 자라라. 딴소리 없이, 씩씩하고 야무지게 잘 자라라.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