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님의 소설집 '강산무진'중에서
소설가 '김훈'님의 소설집 '강산무진'중에서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아내의 빈소를 혼자서 지키던 새벽에 당신의 이름을 생각하는 일은 참혹했습니다. 당신의 딸이 두 살인가 세살쯤 되던 여름에 직원 몇명이 회사에 나와서 특근을 하던 어느 일요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당신은 당신의 어린 딸을 데리고 출근했지요. 당신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아마도 소비동향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고, 그 옆자리에서 당신의 딸은 봉제곰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책상에는 아이에게 먹일 우유와 딸기 몇 알이 놓여 있었습니다. 출근한 직원 몇 명이 아이 옆 모여서 머리를 쓰다듬었지요. 그 여름에, 마린블루 계통의 아이섀도와 마스카라는 대박이 터졌습니다. 대리점들은 마진율을 낮춰가며 물건을 요구 했고, 광고와 시장관리 업무로 회사는 여름휴가를 연기해가며 분주히 돌아갔습니다. 그 여름에 제작한 광고 포스터 속에서, 정오의 햇살이 직각으로 내리쬐는 지중해는 생선의 푸른 등처럼 무한감으로 빛났고 수평선 쪽 물이랑 너머로부터 바다는 다시 새로운 색조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무한감으로 바다위로 여자의 눈동자 속에서 출렁거렸습니다. 광고담당 부장들의 분석에 따르면, 공기 속에 곤쟁이젓국 냄새가 자욱했는데, 마린블루 계통...
-김훈님의 소설집 '강산무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