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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먹는 송아지-오순택(1942~)
~Wonderful World
2012. 9. 26. 01:16
산을 먹는 송아지 - 오순택(1942~ )
산이
슬렁슬렁
강으로 내려가 물구나무를 섭니다.
강둑에서
새순을 뜯어먹고 있던 송아지가
겅중겅중 뛰어가
후루룩 강물을 먹습니다.
강에 물구나무 선 산이
쿨렁쿨렁
송아지의 배 속으로 들어갑니다.
ㅡ음매
어미소를 부르는
송아지 울음이
꼭 산의 울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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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다 겅중겅중 뛰어간다. 꿀렁꿀렁 물을 마신다. 햐ㅡ 시원하다. 윤석중의 동시 중에 이와 닮은 것이 있다. “연못 속으로/ 사람이 거꾸로 걸어간다./ 소가 거꾸로 따라간다./ 나무가 거꾸로 쳐다본다.// 연못 속에는/ 새들이 고기처럼/ 헤엄쳐 다닌다.// (...)”(‘연못 속’)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데, 이른바 모티프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나란히 놓고 보아도 서로 다른 세계를 갖고서 공존한다. 윤석중의 것이 서로 비쳐든다면, 오순택의 것은 서로 뒤섞이며 마구 생동한다. 송아지 배 속으로 들어가는 물구나무 선 산이라니, 쿨렁쿨렁 들어가는 산이라니! 서로가 몸을 섞으면서도 오롯이 그대로 서로인 세계, 서로가 서로를 먹되 서로를 다치지 않고 오히려 온전하게 하는 세계. 그 소가, 그 산이 ㅡ음매 하고 운다. 한 소식이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