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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그늘-이영광

~Wonderful World 2012. 9. 29. 17:40

오래된 그늘-이영광(1965~)

 

늙은 느티의 다섯 가지는 죽고

세 가지는 살았다

푸른 잎 푸른 가지에 나고

검은 가지는 검은 잎을 뱉어낸다

 

바람이 산천을 넘어 동구로 불어올 때

늙은 느티의 산 가지는 뜨거운 손 내밀고

죽은 가지, 죽은 줄 까맣게 잊은

식은 손을 흔든다

 

한 사나이는 오래된 그늘에 끌려들어가

꼼짝도 않고

부서질 듯 생각노니,

나에게로 와서 죽은 그대들

죽어서도 떠나지 않는 그대들

 

바람신이 산천을 넘어 옛 동구에 불어와

느티의 백년 몸속에서 윙윙 울 때

 

시집 '그늘과 사귀다'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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