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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클장미에 대한 의문-감태준

~Wonderful World 2012. 10. 24. 02:07

넝쿨장미에 대한 의문-감태준

 

 

 

아파트 담장을 넘나들던 넝쿨장미

자줏빛 싱싱한 꽃들이 졌을 때

아직 푸른 가시와 잎을 단 넝쿨은 뭐였을까

 

관리사무소 인부가 와서

꽃 떨어진 것들은 멋대가리 없다고

넝쿨을 싹둑싹둑 잘라 부대에 담아갔네

 

어디서 아프다, 아프다 하는 소리에

담장을 돌아보았으나

더 멋대가리 없이 잘린 넝쿨

소꿉놀이하는 아이들밖에 보이지 않았네

 

꽃은 왜 먼저 지는지

왜 꽃 떨어진 것들은 멋대가리 없는 것인지

일러줄 사람은 나밖에 보이지 않았네

 

 

 

—《시인수첩》2012년 봄호

 

감태준 / 1947년 경남 마산 출생. 197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몸 바뀐 사람들』『마음이 불어 가는 쪽』『마음의 집 한 채』. 월간 《현대문학》주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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