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사람은 모두 - 김은영(1964~ )
~Wonderful World
2012. 11. 7. 05:04
사람은 모두 - 김은영(1964~ )
초원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미 말의 아기입니다.
망아지가 먹을 젖을
사람이 먹고 삽니다.
사막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미 낙타의 아기입니다.
새끼 낙타가 먹을 젖을
사람이 먹고 삽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미 젖소의 아기입니다.
송아지가 먹을 젖을
사람이 먹고 삽니다.
사람은 모두 동물의 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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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아직 할 일이 있다는 희망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만한 겸허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교만과 정복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영장류의 본성은 아니라는 것을 이 시는 보여준다. 김은영 시인이 우리나라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것이 참 고맙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길들이고 사육하고 맘대로 도륙할 수 있다고 믿은 말과 낙타와 소의 아기다. 풀과 나무는 우리의 할머니요, 산과 바위는 우리의 아버지요, 바람과 강은 우리의 할아버지다. 그러나 이성(理性)의 원정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근대 이후에 이런 것은 다 논리가 되어버렸다. 김은영의 동시가 우리에게, 우리의 아이들에게 도덕이 아닌 겸허를, 지식이 아닌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동시가 시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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