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Wonderful World 2012. 11. 22. 02:36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ㅡ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ㅡ한우(寒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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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든 시가(詩歌)든 한마디에 두어 가지쯤 뜻을 담기 마련이다. 뭇 사내들의 싱거운 수작에 얼마나 찬바람 쌩쌩 일으켰으면 그 별호(別號)가 한우(寒雨)일까? 하기야 그 찬비가 임제에게 가서는 봄비였던가 보다. 백호(白虎)를 ‘얼어’ 녹일 만한 품이었으니, 어느 허튼 수작이 성에 찼으랴. 산군(山君)이 찬비 맞고 오시매 버선발로 뛰는구나. 예나 지금이나 조선에는 호연지기를 타고난 여걸이 많고, 그 짝이 될 호방한 풍류남아도 더러는 있었던 모양이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紅顔)은 어디 두고 백골(白骨)만 묻혔나니./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백호 임제) 그 ‘홍안’을 벗은 ‘백골’의 임자가 황진이(黃眞伊)라던가? 임지로 곧장 가지 않고 허튼 곳에 들러 허튼 수작했다고 벼슬을 잃었다지? 호방도 지나치면 그 또한 병통이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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