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바다-강신애(1961~)

~Wonderful World 2013. 4. 4. 05:44

바다 - 강신애(1961~ )

 

낯선 방에서 창을 열면

바다가 한 줄

금빛 숨결 달아오른

눈부신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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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은 축적의 논리를, 시는 압축의 논리를 따른다고 한다. 이는 시가 짧은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더는 빼거나 줄일 수 없는 최고의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창문을 열고 마주한 바다의 풍경, 그리고 그것을 마주한 여행자의 들뜬 마음은 실로 미묘하고 사람마다 각양각색일 것이다. 강신애 시인은 그 풍경과 마음을 한 줄로 길어 올린다. 낯선 방에서 창을 열고 마주한 풍경은 “바다가 한 줄”이고, 그 풍경과 마음의 숨결이 빚어내는 정서 역시 “눈부신 한 줄”이다. 더는 빼거나 줄일 데가 없다. 또 무엇을 덧붙이겠는가. 이미 다 들어 있는데. 『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 『불타는 기린』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혹은 그 중간계 어디쯤에서 주술을 읊는 듯한 시인과의 낯선 바다 한 줄 위로 금빛 숨결 한 줄로 달아오른 여행 아름답고 눈부시다.(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