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김언(1973~ )
시집 - 김언(1973~ )

작곡하듯이 쓸 것.
3차원의 문제도 4차원의 문제도 아닐 것.
처음과 끝이 반드시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존재하지 않을 것.
끝까지 듣게 할 것.
시간이 아닐 것.
어떻게 잡아챌 것인가. 그 종이의 다른 차원을.
그 노래를 처음 들어본 사람처럼 음악을 대할 것.
소리 나는 대로 작곡하는 버릇을 버릴 것.
어느 좌표에도 찍히지 않는 점이 불가능할 것.
반드시 찍힌다는 신념을 의심하지 말 것.
차원의 문제는 신념의 문제에서 비롯될 것.
그 새벽의 전혀 다른 도시를 보여줄 것.
어느 공간에서도 외롭지 않을 문장일 것.
어느 시간대를 횡단하더라도 비명은 아닐 것.
고함도 아닐 것. 그것은 확실히 음악일 것.
작곡하듯이 되풀이할 것.
음표를 지울 것.
그리고 쓸 것.
그것의 일부를 묶어 모조리 실패할 것.
한 푼의 세금도 생각하지 말 것.
오로지 쓸 것.
한 명의 과학자를 움직일 것.
백 명의 민중을 포기할 것.
그 이상도 가능할 것.
다른 문장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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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공의 무게 141.7~148.8g, 여기에다 공이 날아오는 속도 130km의 곱절을 곱하면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줄여서 날아오는 야구공의 에너지는 공의 질량과 그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말해 보자. 다시 한번 더 줄이면 E=mc2이 아닌가. 단출해 보이는 공식 뒤에는 항상 무한한 뜻이 숨어 있다. 핵분열이나 융합을 설명하는 데 위의 공식이 필요한 것처럼, 시인들도 시라는 실존의 핵폭탄을 세상에 투척하기 전에, 고려할 조건과 갖추어야 할 강령을 구비하고 있는 것이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