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거리에서 - 이원(1968~ )

~Wonderful World 2013. 5. 24. 17:17

거리에서 - 이원(1968~ )

 

 


내 몸의 사방에 플러그가

빠져 나와 있다

탯줄 같은 그 플러그들을 매단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비린 공기가

플러그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몸 밖에 플러그를 덜렁거리며 걸어간다

세계와의 불화가 에너지인 사람들

사이로 공기를 덧입은 돌들이

둥둥 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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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거리에서 전화를 한다. 메일을 확인하거나 신문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뉴스를 들여다 본다. 익명의 주인공이 되어 익명의 돌멩이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행인을 촬영하고 풍경을 정지시키고 흘러 나오는 소리를 따내 은밀한 서랍에 보관하는 일이 언제 어디서고 가능해졌다. 지하철 안에서조차 텔레파시를 보낸다. 시인이 말과 이미지를 조심스레 선택한 것이 독자에게는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로 제시되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오지 않은 날의 풍경을 현실로 끌어낸 것일까. 15년 전, 시가 세상을 찾아왔던 그해의 오늘에야 일상이 된 모습을 시인이 미리 훔쳐보았다고 말하는 수밖에.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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