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중
들끓고 있음의 나무-박철(1960~)
~Wonderful World
2013. 6. 1. 23:37
들끓고 있음의 나무-박철(1960~)
그는 요즘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젖어 있다
젖어 들끓고 있다
여동생 아파트의 15층 베란다에서도
서쪽 하늘의 별빛 아래에서도
조흥은행 방화동 지점의
소파에서도
김포로 가는 막차의 운전석 뒤에서도
그는 요즘 스러지는 것이 아니라
미쳐 있다
미쳐 들끓고 있다
끓어 넘치고 있다
카페 FINE에서 그는 운다
들끓어, 끓어 넘치는
그를 주체하지 못하고 운다
울다 숨이 차 꺽꺽거리고
꺽꺽대면 다시 숨이 차고 그래서 또 들끓는다
그는 요즘 자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젖어 들끓다가 어느 날
우뚝 멈추어 서고 싶은 것이다
멈추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영원히 아름다운 한 그루 무과수
나무가 되어 아름답게
흔들리고 싶은 것이다
들끓고 있음의 나무.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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