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당나귀 귀다 - 정해송(1945~ )

~Wonderful World 2014. 5. 1. 23:14

당나귀 귀다 - 정해송(1945~ )

 

 

사랑은 가슴에서 멀고
증오는 혀에서 가깝구나

입에 재갈 물려 두니
두드러기 일어난다

조각달
시린 대숲에서
구멍 뚫어 저 불까나

 

---------------------------------------------------------------------------------------------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은 상대의 착하고 순한 약점 앞에서만 미덕이라 부를 수 있지요. 그런데 간혹 돌이킬 수 없는 실수나 악행을 저지르고도 반협박으로 그 아름다운 이름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주로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높은 데 앉아서 거드름을 피우거나 멋진 척을 하는데, 그들만 모르지 우리는 그들을 시정잡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그 시정잡배들이 우리 가슴을 찢습니다. 그들이 물려둔 더러운 ‘재갈’이 온 나라에 ‘두드러기’를 불러와 깊은 병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강현덕·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