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그래고리 팩 주연
로버트 멀리건 감독의 영화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는 베스트셀러 <앵무새 죽이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대공황 이후 암울한 시기의 앨라바마주의 조그만 마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여섯 살 먹은 스카웃 핀치(메리 바담)로, 그녀는 오빠인 젬 핀치(필립 알포드). 중년의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그레고리 팩 분)와 함께 살아간다. 젬과 스카웃은 딜이라는 이름의 아이와 친구가 되는데, 세 아이는 그들의 이웃이며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부 래들리(로버트 듀발 분)를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한다. 아버지 애티커스는 백인 처녀 마옐라가 집안 일을 도와주던 흑인 청년 톰을 유혹하다가 아버지에게 들키고, 화가 난 아버지(제임스 앤더슨 분)는 '흑인이 백인 여자를 강간하려 했다'며 누명을 씌어 톰을 고소하므로, 누명을 쓴 톰의 국선변호를 맡지만 인종적 편견이 만연한 마을에서 흑인을 변호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재판에서 애티커스는 고소인인 메옐라와 그녀의 아버지이자 마을의 술 주정뱅이인 밥 이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처럼 톰의 무죄를 입증할 의미심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배심원은 톰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배심원의 판단에 절망한 톰이 감옥에서 탈출하려다가 총에 맞아 죽게되고, 재판에서 이겼지만 재판 과정에서 창피를 당한 밥 이웰은 복수를 계획한다. 결국 그는 학교 할로윈 축제 행렬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던 무방비 상태의 젬과 스카웃을 공격한다. 싸우는 과정에서 젬의 팔이 부러지지만, 이 혼란의 한 복판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아이들을 구한다. 그는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온 부 래들리임이었다. 메이컴의 보안관(프랭크 오버튼)이 현장에 도착하고 밥 이웰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싸우는 중에 죽은 상태이었다. 보안관은 밥의 죽음에 대해 젬과 스카웃을 구하기 위해 마옐라의 아버지를 살해한 부 래들리를 법정에 세우게 되면 편견의 또다른 희생양이 될 수도 있으니 사건을 묻어두자고 애티커스를 설득한다. 옆에서 보안관의 말을 들은 스카웃도 보안관의 의견에 동의한다. 어린 스카웃은 어느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해심을 배운 것이다. 이 영화는 어른을 대표하는 애티커스에 의해 다루어지는 톰 로빈슨 사건과 아이들에 의해 다루어지는 부 래들리 사건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관과 아이들의 세계관을 대비시키고 있다. 또한 애티커스의 두 자녀에 대한 남다른 교육방식이다. 자유롭게 키우되 아이들의 잘못은 권위와 명령보다는 설득과 타협으로 타이르고, 말보다는 행동으로서 본보기를 보여주는 애티커스의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영화의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당시 사회의 흑인 차별과 군중심리에 묻혀 개인의 주관적 지식을 묵살해 버리는 사회를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편견에 관한 진지한 문제를 감동적으로 그린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