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김정환 (1954∼ )
이젠 내 눈 앞에서
인생의 좌우가 보여
처음의 끝과 끝의 더 끝이
그 끝에서 보여 내 인생은
밤늦은 골목길
귀가하는 그림자
비틀거리는 그림자
아 여생이
비틀거리면 안 되지
이젠 내 눈 앞에서
역사의 좌우가 보여
10년으로 보면 끊어지는
30년으로 보면 역동하는
백년으로 보면
거대한 이어짐이
보여 아주 가깝게
아 여생이
너무 가까우면 안 되지
----------------------------------------------------------------------------------
이 시에서 좌우는 정치적 좌파·우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생의 좌우’는 세상사의 이치를, ‘역사의 좌우’는 공동체의 운명을 뜻한다. 젊어 서는 일희일비했는지 몰라도, 이제는 매사 멀리, 길게 본다는 화자. 그러나, 거대하게 이어지는 백 년이 보이는데, 그 백 년을 내가 살까? ‘아 여생이/ 너무 가까우면 안 되지’ 유머러스한 결구가 눈물겹다. 김정환은 젊은 시절 대부분을 좌파운동으로 보낸 시인이다. 제 몸으로 역사를 만들어온 시인의 페이소스와 의연함이 뭉클하도록 아름답다. <황인숙·시인 designtimesp=12565>
이젠 내 눈 앞에서
인생의 좌우가 보여
처음의 끝과 끝의 더 끝이
그 끝에서 보여 내 인생은
밤늦은 골목길
귀가하는 그림자
비틀거리는 그림자
아 여생이
비틀거리면 안 되지
이젠 내 눈 앞에서
역사의 좌우가 보여
10년으로 보면 끊어지는
30년으로 보면 역동하는
백년으로 보면
거대한 이어짐이
보여 아주 가깝게
아 여생이
너무 가까우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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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좌우는 정치적 좌파·우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생의 좌우’는 세상사의 이치를, ‘역사의 좌우’는 공동체의 운명을 뜻한다. 젊어 서는 일희일비했는지 몰라도, 이제는 매사 멀리, 길게 본다는 화자. 그러나, 거대하게 이어지는 백 년이 보이는데, 그 백 년을 내가 살까? ‘아 여생이/ 너무 가까우면 안 되지’ 유머러스한 결구가 눈물겹다. 김정환은 젊은 시절 대부분을 좌파운동으로 보낸 시인이다. 제 몸으로 역사를 만들어온 시인의 페이소스와 의연함이 뭉클하도록 아름답다. <황인숙·시인 designtimesp=12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