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봄과 나비 - 오규원(1941~2007)

~Wonderful World 2014. 11. 30. 03:24

봄과 나비 - 오규원(1941~2007)


나비 한 마리 급하게 내려와

뜰의 돌 하나를 껴안았습니다


나비는 왜, 바람과 비와 햇빛과 밤과 낮 속에 잠겨 있는 돌의 침묵을 급하게 껴안았던 것일까. 돌은 왜, 투명한 날개를 팔랑이며 봄의 허공을 만끽하는 나비를 애타게 불렀던 것일까. 이토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면 끝이 없는 시. 이 시가 실린 유고시집 『두두』의 뒤표지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제발 내 시 속에 와서 머리를 들이밀고 무엇인가를 찾지 마라. (…)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읽으라. 어떤 느낌을 주거나 사유케 하는 게 있다면 그곳의 존재가 참이기 때문이다. (…)”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읽으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나무 속에서 오늘의 바람과 비와 햇빛을 살고 계실 오규원 선생님을 생각하는 아침.

<황병승·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