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너는 울었다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

~Wonderful World 2016. 2. 22. 20:06
너는 울었다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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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울었다, 나의 불행을 보고. 나도 울었다, 나를 슬퍼하는 너의 동정이 가슴에 사무쳐.

그러나 너는 너 자신의 불행 때문에 운 것이다. 단지 너는 그것을 내게서 보았을 뿐인 것이다.



타인의 불행 안에서 자신의 불행을 읽고 우는 것을 ‘자기 설움’에 운다고 한다. 이런 눈물은 궁극적으로 타자가 아닌 자신을 향해 있으므로 구심적이다. 진정한 사랑은 원심적이며,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compassion)’으로 타자를 대하고 그 아픔을 함께할 때 생긴다.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말마따나 진정한 윤리는 타자를 위한 스스로의 “무너짐, 그리고 상처받음의 윤리”이다. 이런 사랑은 너무나 커서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절대적 목표가 있을 때, 현재는 더디지만 진화·진보를 시작한다. 그리고 진화·진보는 현재보다 더 나아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자체가 선(善)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너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