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 딜런 토머스(1914~53)
~Wonderful World
2016. 3. 1. 18:26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 딜런 토머스(1914~53)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내 초록 나이를 몰아간다, 나무의 뿌리를 말리는 힘이
나의 파괴자이다.
그리하여 나는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네
내 젊음이 똑같은 겨울 열병에 굽어버렸음을.
바위들 틈으로 물을 밀어붙이는 힘이
내 붉은 피를 몰아간다, 중얼대는 시냇물을 말리는 힘이
내 시냇물을 밀랍처럼 굳게 만든다.
그리하여 나는 내 혈관에게 중얼댈 수 없네
산속 옹달샘에서 똑같은 입이 어떻게 빨고 있는지를.
(…)
딜런 토머스는 “무모하였고, 불꽃처럼 타올랐으며, 불경스러웠고, 순진하였으며, 추잡스러운 술꾼이었다. 그는 ‘시인의 원형’이었다.”(데이비드 데이치스) 생의 동력이 결국은 죽음의 동력이라는 역설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는 불꽃처럼 시를 썼으며, 그것이 그를 살게 했고 그를 죽게 했다. 서른아홉 살에 그는 뉴욕에서 세상을 떴다.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그를 파괴했던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내 초록 나이를 몰아간다, 나무의 뿌리를 말리는 힘이
나의 파괴자이다.
그리하여 나는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네
내 젊음이 똑같은 겨울 열병에 굽어버렸음을.
바위들 틈으로 물을 밀어붙이는 힘이
내 붉은 피를 몰아간다, 중얼대는 시냇물을 말리는 힘이
내 시냇물을 밀랍처럼 굳게 만든다.
그리하여 나는 내 혈관에게 중얼댈 수 없네
산속 옹달샘에서 똑같은 입이 어떻게 빨고 있는지를.
(…)
딜런 토머스는 “무모하였고, 불꽃처럼 타올랐으며, 불경스러웠고, 순진하였으며, 추잡스러운 술꾼이었다. 그는 ‘시인의 원형’이었다.”(데이비드 데이치스) 생의 동력이 결국은 죽음의 동력이라는 역설을 노래하고 있는 이 시는 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는 불꽃처럼 시를 썼으며, 그것이 그를 살게 했고 그를 죽게 했다. 서른아홉 살에 그는 뉴욕에서 세상을 떴다.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 그를 파괴했던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초록 도화선을 통해 꽃을 몰아가는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