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화살나무- 박남준(1957~)
~Wonderful World
2016. 3. 9. 13:29
화살나무- 박남준(1957~) 그리움이란 저렇게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어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그대의 품 안 붉은 과녁을 향해 꽂혀 들고 싶은 것이다화살나무,온몸이 화살이 되었으나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있다
그리움은 불타는 화살처럼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그 힘이 너무나 세서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을 정도이다. 그리움은 과녁에 도달해서야 마침내 소멸한다. 그러나 “온몸이 화살”이면서도 “움직일 수” 없는 그리움도 있다. 그런 그리움은 고통과 상처의 탄환(彈丸) 같다. 스스로를 불태워 연소시키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그리움,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그리움은 그 결핍 때문에 점점 더 커진다. 타자를 너무 그리워함으로써 자신은 끝없이 외로워지는 질병, 그 누가 자원해서 이런 그리움을 가질까. 그러나 그리움은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를 불쑥 방문한다.<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화살나무
그리움은 불타는 화살처럼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그 힘이 너무나 세서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을 정도이다. 그리움은 과녁에 도달해서야 마침내 소멸한다. 그러나 “온몸이 화살”이면서도 “움직일 수” 없는 그리움도 있다. 그런 그리움은 고통과 상처의 탄환(彈丸) 같다. 스스로를 불태워 연소시키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그리움,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그리움은 그 결핍 때문에 점점 더 커진다. 타자를 너무 그리워함으로써 자신은 끝없이 외로워지는 질병, 그 누가 자원해서 이런 그리움을 가질까. 그러나 그리움은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를 불쑥 방문한다.<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화살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