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명함-함민복(1962~)
~Wonderful World
2016. 4. 21. 10:35
명함
함민복(1962~ )

경계의 명함은 군인이다
길의 명함은 이정표다
돌의 명함은 침묵이다
꽃의 명함은 향기다
자본주의의 명함은 지폐다
명함의 명함은 존재의 외로움이다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J Derrida)는 이름이란 하나의 외적 통일체로서의 표피(表皮)이고, 그 안에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어떤 “심연(深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울음소리” “침묵” “향기” “지폐” 같은 이름(명함)들은 얼마나 넓고 깊은 내면을 가지고 있는가. 이름의 문을 열고 그 심연으로 들어설 때, 존재 혹은 “존재의 외로움”이 보인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명함
명함-함민복(196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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