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슬픔의 진화
~Wonderful World
2016. 4. 30. 09:13
슬픔의 진화
- 심보선(1970~ )
내 언어에는 세계가 빠져 있다
그것을 나는 어젯밤 깨달았다
내 방에는 조용한 책상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세계여!
영원한 악천후여!
나에게 벼락 같은 모서리를 선사해다오!
설탕이 없었다면
개미는 좀더 커다란 것으로 진화했겠지
이것이 내가 밤새 고민 끝에 완성한 문장이었다.
( … )
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울고 있다!
책 읽기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보는’ 유효한 방식이지만 아무리 책상에 “장기 투숙”을 해도 세계가 빠진 인식은 무의미하다. 세계는 “영원한 악천후”로서 “진화”의 마지막 목적지다. 책장을 넘어 세계의 고통을 만날 때 사유는 완성된다. 세계의 “벼락”이 달콤한 위로(“설탕”)보다 낫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슬픔의 진화
- 심보선(1970~ )

그것을 나는 어젯밤 깨달았다
내 방에는 조용한 책상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세계여!
영원한 악천후여!
나에게 벼락 같은 모서리를 선사해다오!
설탕이 없었다면
개미는 좀더 커다란 것으로 진화했겠지
이것이 내가 밤새 고민 끝에 완성한 문장이었다.
( … )
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울고 있다!
책 읽기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보는’ 유효한 방식이지만 아무리 책상에 “장기 투숙”을 해도 세계가 빠진 인식은 무의미하다. 세계는 “영원한 악천후”로서 “진화”의 마지막 목적지다. 책장을 넘어 세계의 고통을 만날 때 사유는 완성된다. 세계의 “벼락”이 달콤한 위로(“설탕”)보다 낫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슬픔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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