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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Wonderful World 2016. 5. 5. 20:30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필리핀 어느 대학 여자화장실 벽에 쓰인 낙서
- 드니스 두해멀(D Duhamel·1961~)


 
기사 이미지
잘 가꾸는 것을 잊지 마라. 멋 부리는 것을 잊지 마라.

세상은 여드름투성이 여자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

입에서 박하향이 나게 하고 이빨은 늘 희고 깨끗하게.

열 개의 진주처럼 빛나게 손톱을 칠해라.

(...)

갈망에 무릎 꿇지 말고 늘 날씬해야

뽐내며 춤출 때 치맛자락을 들어 올릴 수 있지.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

교수와 결혼하지 말고 학장과 해라.

백작과 결혼하지 말고 왕과 해라.



희극적 묘사지만 이 시는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다양한 허상을 보여준다. 스스로 존엄한 여성(인간)이라면 이런 주문을 정면으로 거부할 것이다. 타자의 시선과 허영에서 벗어나 자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여성뿐 아니라 모든 존귀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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